이한영 회원님


초인종을 누르자 영화에서 본 듯한 미모의 여주인이 환한 웃음으로 일행을 맞아 준다. 현관에 들어서니 벽면에 붙여진 얼룩무늬 재규어 가죽과 바닥에 깔려 있는 널찍한 버팔로 가죽이 들어서는 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들어와요! 멋쩍은 듯한 회장님의 특유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난우의 정이 듬뿍 담겨 있다.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가 고향의 흙냄새가 그리워 돌아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으나 나름대로의 실내 장식과 식생활, 생활 습관등에는 동서양 양쪽의 생활 방식이 혼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한영 회장!
그 동안 본 회가 태동할 때부터 시작해서 창립을 거쳐 전시회, 탐란 활동, 월례회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준비하면서 그의 엄청난 추진력이 있었기에 본회가 짧은 시간에 이만큼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육체미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불쑥불쑥 튀어나온 근육질을 자랑하며 온 몸을 뒤틀고 찍은 한창때의 사진이 걸려 있는 그의 서재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카메라들과 슬라이드필림 속에서 난을 취미로 갖기 전에 열병처럼 앓았던 작품 사진 활동 역시 그의 열성이 가득함을 알 수 있었다.
수년전의 일이지만 남향의 목동APT에서 동남향의 연립인 일산으로 이사를 와서 난들이 상당한 몸살을 하는 통에 아끼던 중압호를 연부로 죽이는 등 어려움이 많이 있아서인지 난 한분을 들어볼 때에도 정확한 난분의 방향을 잡아줄 정도로 난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난실은 두 곳으로 동남향 방향의 거실 쪽의 베란다에는 가로 60cm 세로 450cm 크기의 2단의 알루미늄 난대에 250여 분의 난들이 빼곡이 놓여 있고 정남향의 코너방 베란다에도 나무로 짜여진 작은 난대에 한란과 춘란 대주들이 50여분이 있었다.
거실족의 난실 안으로 들어서자 난실 환경에 대한 총무님의 브리핑이 시작된다. 오늘은 동남향에서 아침해가 5시 50분 경에 동쪽 60° 방향에서 해가 뜨고 11시경까지 충분한 햇빛이 들어와 습도와 햇빛은 정당하단다. 요즈음 코너방 남향 난실은 바람이 정면으로 들어오나 거실쪽 동남향 난실은 바람이 다소 비켜 가는 관계로 선풍기 3대를 입체적으로 설치하여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통풍의 사각지대를 제거하여 지난해의 몰랐던 난실의 취약점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그가 난 배양에서 통풍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의 이면에는 지난 여름 아끼던 난이 연부로 인하여 순식간에 잃게 된 뼈아픈 체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 주기는 봄가을 철에는 3∼4일에 하며 여름 장마철에는 건조가 늦은 관계로 5∼7일에 주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휴면기이므로 10∼15일 정도까지 늦어지기도 한다. 온도는 겨울에는 거실 문을 개방해서 섭씨 5°정도를 유지하며 여름에는 창문과 거실 문을 적당히 개방하고 환풍기를 돌리면 30° 이상 올라가는 일이 없단다. 바닥에는 계란 판을 30여개 깔아서 습도를 유지하고 부족 분은 가습기를 이용하고 있다.
카렌다에는 물과 비료를 준 시기와 종류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앞으로 난의 성장 과정을 촬영하여 슬라이드로 남겨서 체계적인 난관리는 할 예정이란다. 그가 좋아하는 난은 소심이다. 맑고 깨끗한 순수함이 그가 추구하는 세계인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난실을 만들고 각자의 생활 공간에 어울리는 취미 생활로 애란 생활을 즐기지만 재배방법에 대한 탐구하는 자세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난인이라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년 전시회때 좋은 작품들이 나오려면 지금부터 회원들이 화아분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8월중 월례회 주제는 화아관리및 시비요령으로 정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회장님댁에서 밤늦게 까지 난을 화제로 시간을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항상 반겨 주는 사모님의 마음이 내년 봄 난실의 맑은 소심이 되어 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카메라 앞에 다정히 포즈를 취하며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중년의 두 연인에게서 또 다른 애란인의 멋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