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이 한영

오늘은 모두들 자생지 복원 운동을 하기 위해 마음들이 들떠 있다.
안면도를 목적지로 정했으나 오는 길이 차가 많이 막히니 다른 쪽으로 가자는 의견을 듣고는 장성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자생지에 도착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짬짬이 끼가 있어 보이던 난들을 산채하여 3-4년 키우다가 별 특성이 보이지 않던 보춘화를 몇 분씩 자생지에 심어 주었건만 오늘은 해사를 (자생지 복원운동) 한다니 보춘화가 없는 회원들은 많은 신경을 썼으리라.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하고 바람도 시원스레 부는 전형적인 봄날이었다.
회장님의 엄숙한 말씀이 난인으로써의 자세와 책임과 사명등등 .. 그후 각 회원들에게 준비해 간 보춘화가 배당되었다. 준비해 간 도시락도 분배되고 회장님이 마련한 떡과 부회장님이 마련한 큼직한 돼지머리도 한 점씩하고는 삼삼오오 짝들을 지어 산 속으로 들어갔다. 초입부터 노오란 호들이 즐비하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면 송화가루가 배골 쪽으로 쌓여 호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몇 번의 속음에 여기저기서 우리가 오늘은 산채온게 아니고 자생지 복원을 하기 위해 왔으니 당연한 게 아니냐고 누군가 한마디 거든다.
이리 저리하여 한시간이 흘렀다. 회원들 모두 노오란 송화가루를 뒤집어쓴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는다. 형님은, 영호씨는, 윤 선생은, 서 전무는, 누구는 해 가면서 웃음도 잠깐 송화가루가 콧속으로 많이 들어가니 호흡도 답답하고 눈 귀할 것 없이 노랗게 쌓여있다.
땀까지 흘려서 송화가 반죽이 되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좀 쉬었다 하지요." "그래,목 좀 축이자." 저 만큼에서 양선생이 온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 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봄날 송림에 부는 바람 따라 날리는 송화가루의 정취는 소음과 매연 찌든 우리에게는 첫 눈을 맞는 기분정도는 비교되지 않는다면서 안경을 닦는다. 산채를 몇년 다녀 봤어도 이렇게 송화 맛사지를 해보기는 처음인데 이것도 가뭄 때문인가보다.
노오란 송화가루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서로의 모습을 쳐다보며 우리 집사람은 머그팩인지 뭔지 진흙 물을 얼굴에 바르고 좋아하는데 난을 하는 덕분에 송화로 맛사지를 하는 행운이 있는 것이다.
송화가루가 몸에 좋다느니 미용에 좋다느니 송화 예찬론이 주제가 되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조금 후 "점심식사 합시다!" 그래, 이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지 도시락을 열고 식사를 시작하자 바람이 불며 큰 소나무들이 송화를 토해 내니 점심 역시 송화가루에 비벼 먹는 것이 되고 말았다. 별미의 송화점심식사(송화다식이 별건가.) ..... 끄윽! 오늘의 별난 점심 맛있게도 먹었다. 조금 후 "고사리나 꺾어 가야지" 이 영호씨가 일어난다. 워낙 바지락거리는 사람이기에 쉴 틈 없이 혼자 바쁘다.
그래 마누라에게 잘 보이려면 나물이라도 많이 꺾어 가거라. 한 가방을 채워서......
"애-이 나도 나물이나 좀 뜯어 가야겠다. 난은 틀렸구...... "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자연을 즐기며 이런 추억거리라도 만들 수 있는 이 환경이 고맙기만 하다. 벌목이 되어가는 소나무를 쳐다보며 안타까워진다.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우리의 강산이 훼손되지 않고 후손에게 영원히 물려주어지길 바라며 뱃속 깊이 송화가루를 들여 마셔본다.